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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ㅡ한강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화제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에 앞서 우리가 꼭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소년이 온다 이다.
종로구에서 성북구로 이사오니 성북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활발한 사업들이 진행중이어서 이것 저것 들여다보고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성북구청은 성book 한book 을 슬로건으로 구민 전체를 대상으로한
책읽기도 권장하고 있는데 그 첫번째 권장도서가 바로
소년이 온다이다.
덕분에 차일피일 미루던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되었다.
작가 한강은 선배작가인 한승원의 딸이다.
그러나 맨부커상 수상 이후 소설가 한승원이 한강의 아버지로 회자된다.
청출어람이라고 자신을 뛰어넘은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흐뭇하리라.
이야기는 1980년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이다.아버지는 지병으로 1980년 4월 담장넝서로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필때 돌아가셨다.
나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집 담의 넝쿨장미를 볼때면 그때의 상실감과 아련한 그리움에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보곤 한다.
4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를 지내고 나서 학교를 가니 휴교령으로 학교는 텅비어있었고 (평소 가까이 지내던 친구 두엇 빼고는 조용히 학교를 다닌 덕에 아무도 내게 휴교령으로 공강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여기저기에 내걸린 프랭카드엔 독재타도 전두환 물러가라는 구호들이었다.
전두환은 누구야 의아해 하면서 별관 옥상에몰라가 후문을 내려다보니 운동장은 텅 비어있었고 굳게 닫힌 후문 밖엔 전경들이 진을치고 있었다.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가니 현관 턱에 낯선 남학생이 걸터앉아 있었다.
데모하다 잡히지 않으려 대문 열린 집에 잠시 숨어든 학생이었다.
그당시 우리집이 이대앞에 있었으니 연대나 서강대학생으로 딤작되었다.
그남학생은 내게 학생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한 나에게 그는 그런데 왜 데모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부엌에서 물 한대접을 가져다 그학생에게 주고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당시의 나의 심정은 머리에 상침 꽂고 검은 원피스를 입은걸로 설명이 되었을것으로 생각했던것 같다.
나는 아버지를 잃은 내 슬픔에 겨워 시국은 아주 먼 나라 이야기였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소년이 온다는 바로 그 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아주 먼 나라의 차마 실제일것같지 않은 그런 낯설고 잔인하고 처참한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쉬쉬하며 카더라통신으로 어렴풋이 들었고 곧 잊었고 다시 나중에 그 끔찍한 실상이 드러나 세상에 어떻게 그럴수가 세상에를 반복하다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므로 잊고 살았는데 한강은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러나 아주 집요하게 섬세한 나전칠기를 세공하듯이 꼼꼼하게 그날의 그 상황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두드리는우구 장단에 낮게 읊조리는 무당의 구음을 듣는듯한 머리카락이 주뼛주뻣 서고 돋는 소름에 몸서리도 쳐가며 너무도 괴로운 한글자 한글자를 쉴수도 없이 끝까지 읽게 하고야 말았다.
이야기는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대신 여러 헝제들의 뒷바라지의 책무를 진 한강의 아버지가 중학교 교사로 있던 그 중학ㅇ교 학생인 동호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막내여동생까지 대학공부를 시킨 아버지는 비로소 학교를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하기위해 서울로 가기워해 집을 내놓았고 그집을 사서 이사온 동호네 가족과 문간방에 세든 정대 남매.
작가는 그 인연으로 동호를 가만가만 불러내어 이야기를 풀어내었다.태풍의 눈처럼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던 그 며칠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아남았으나 사는 일 숨쉬는 것 조차 여전히 지옥인 그들의 속내를 조심조심 그러나 눈물한방울 내쉬는 숨소리조차 또렷하게 또박또박 한글자 한글자 전각하듯이 읽는사람의 가슴에 새겨넣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진실은 기록되어야하고 우리가 잊지않고 기억할때 어이없는 그런 잔인함이 반복되지 않을것이다.
아직 읽지않은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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